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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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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두 얼굴
교복을 입고 공원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을 보았습니다.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어른들이 지나가며 자신을 보고 있는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가방을 매고 있는 것을 보니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나 봅니다. 예전에는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다 어른들에게 발각되면 담배를 숨기고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듯했습니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노인을 세워놓고 자신이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것을 부끄러움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끝이 난 듯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하철 전동차의 경로석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할아버지가 타는 것을 보고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답니다. 깐깐하게 생긴 할아버지는 아가씨의 어깨를 흔들면서 말했답니다. '아가씨, 여기는 노약자와 장애인 지정석이라는 거 몰라?' 그러자 아가씨는 '돈 내고 탔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할아버지가 '여긴 돈 안 내고 타는 사람이 앉는 자리야!'라고 말했답니다. 주위의 눈총에도 서슴없이 애정표현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끄러워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갈수록 부끄러운 형태는 늘어나는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도덕 불감증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 횡단하면서도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웃으며 걸어갑니다. 절대적 선악의 기준이 사라진 이 시대에 무엇이 부끄러운지 어떤 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지자는 "수치를 모르는 백성아 모일지어다 모일지어다(습2:1)"라고 외쳤는데 오늘날도 이러한 외침은 유효할 것입니다. 부끄러움은 수치심과 죄의식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죄를 지으면 당연히 부끄러움을 가져야 하고 자신에게 결점이 있다고 느낄 때 혹은 자신의 결점에 타자에게 노출될 때 당연히 수치심이 발생합니다. 수치심은 죄의 결과로 생기는 수치심과 타인의 범죄의 대상 또는 희생물이 된 결과로 생기게 된 수치심이 있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도 복입니다. 사람은 잘못했을 때 자연스럽게 느끼는 수치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집단의 요구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런 수치심은 도덕적 규범에 민감성을 갖게 하고 공유 가치를 존중하게 합니다.
수치심을 모르고 과도하게 무감각해지면 사이코패스가 됩니다. 죄책감, 양심이 결여되어지고, 감정이 무뎌져 후회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성경은 이런 인간들을 향해 "자기 양심이 화인 맞아서 외식함으로 거짓말하는 자들이라(딤전4:2)"고 말씀합니다. 사람은 부끄러운 일을 했을 때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치심 경험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변하여 의기소침한 인간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수치적 경험과 자신을 일체화시켜 수치심의 안경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정체성으로 수치심을 가지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타인의 칭찬이나 격려도 거짓으로 듣거나 자신에 대하여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희생하거나 상대방을 희생시킵니다. 수치를 방어하고 숨기려고만 합니다. 자기 경멸, 자기 소외와 고립을 만들어 세상으로 도피합니다. 부끄러움이 도피의 수단이 되거나 자신감의 상실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브라함은 우상을 숭배하며 우상장사의 아들로 살았지만 수치스런 과거의 노예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찾아가 자랑스런 믿음의 조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야곱은 과거 사기꾼이고 욕심쟁이었지만 하나님은 그를 찾아가 12지파의 조상이 되게 하였습니다. 모세는 과거 살인자, 도망자였지만 하나님은 그를 찾아가 자랑스런 민족 지도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부끄러운 인생을 산 세리 삭개오나 간음하다 잡힌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 부끄러운 인생을 청산하였습니다. 아무리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하여도 예수님을 만나면 부끄러운 인생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산에 있는 쓸모없는 돌일지라도 위대한 조각가의 손에 붙들리면 위대한 조각품이 나오게 됩니다. 허름한 바이올린일지라도 위대한 음악가의 손에 붙들리면 참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냅니다. 다 낡은 붓일지라도 훌륭한 화가의 손에 붙들리면 사람을 감동시키는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면 부끄러운 인생은 없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부끄러움을 십자가에서 다 당해 주셨습니다.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셨습니다"(히브리서 12:2) 신앙인은 이것을 믿고 살기에 부끄러움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저희가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입었으니 그 얼굴이 영영히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시34:5)" 자신을 성찰하고 공동체의 덕을 살리는 부끄러움은 필요하지만 부정적 자기 정체성을 만드는 부끄러움은 예수님을 통해 해결 받고 일어서야 합니다.
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 목사/2014.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