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순결하게!

2017.10.12 11:16

관리자 조회 수:0





요즈음 한국교회 안에 일고 있는 전도열풍을 보면서 예수공동체의 처음 전도파송현장을 떠올려 본다. 공관 복음서는 예수공동체가 성장해 70인의 전도자들을 둘씩 둘씩 짝을 지어 파송하는 모습을 전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안에 결연함도 있다.

전도에 파송받은 제자들은 전대나 신발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른 일에 에너지를 빼앗겨서도 안 된다. 가는 곳마다 평안을 빌며 그들을 받아주는 곳을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먹고 마실 것을 제공받으라는 것이다. 전도의 목적은 병자들을 고치고 하나님의 통치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어느 집이나 동네에 들어가든지 전도자들을 영접하거든 그들의 공궤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발에 묻은 먼지까지도 떨어버리라는 것이다. 도래한 하나님의 통치를 보지 못하는 눈먼 세상에 대한 단호한 심판이다. 그가 사랑하는 제자들을 파송하는 주님의 당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당부 속에 전도의 대헌장이 메아리치고 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 10:16)

제자들이 이리떼가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전도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결은 서로 상관선상에 놓여 있다. 뱀의 지혜는 전도의 전략에 관한 것이고 비둘기의 순결은 전도의 내용을 말한다. 뱀의 지혜를 발휘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전도의 정체성이 약화될 염려가 있고 전도의 정체성을 지키려다 보면 전도의 현장에 전혀 파고들지 못하게 된다. 

파송받은 자들은 이 두 가지 정반대의 현실을 잘 통합해 전도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만 한다. 주님께서는 이 불가능한 두 개의 현실을 통합해 그의 명령을 실천하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주셨다. 성경에 나타난 주님의 제자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뱀의 지혜를 발휘해 비둘기의 순결을 가지고 그들이 파송받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자리에까지 나아갔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아버지의 성령과 더불어 도달한 목표였다.

그러나 그 후에 전개된 교회의 역사 속에서는 두 개의 현실이 양극화되어 전도의 지상명령이 통전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못했다.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뱀의 지혜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나아갔던 교회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비둘기의 순결을 약화시키는 신앙 정체성의 약화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에 비둘기의 순결을 지키는 데 관심을 쏟았던 교회들은 아직도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뱀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거듭남은 두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첫 번째 회심은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두 번째 회심을 단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한국 대다수 교회들의 문제점은 두 번째 회심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로부터 점차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다. 각자 다른 전도의 길을 달려갔던 한국교회가 주님의 전도명령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은사와 자원들을 서로 나누도록 도전받고 있다. 지혜롭게, 그리고 순결하게! 함께 일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