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이 시대 상황에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하여

김성일목사(빅토빌예수마음교회 담임목사)

 

하나님께서 세우신 두 기관인 교회와 국가는 각각 하나님께서 세우시고 권세를 부여하신 기관들입니다. ,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께서 명하신 사명을 이 땅에서 감당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사명은 각각 기능적으로 볼 때, 국가는 대체로 정치, 국방, 과세, 교육, 법률, 복지 등의 영역을 담당하며,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성례(성찬, 세례)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적, 사명적 차이로 말미암아 교회는 정부의 기능을 대신 행사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국가는 교회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특히 현대적인 세속사회에서는 교회와 국가 간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국가가 교회를 지배하는 국가교회주의나, 교회가 국가를 간섭하고 통제하는 (중세의) 교황절대주의는 명백한 상호간의 영역침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와 국가는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권력인가? 그러나 교회와의 기능상의 구별이 곧 국가의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의 권위(authority)와 권력(power)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교회와 같은 특별은총에 의거한 권위는 아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국가는 하나님의 권위를 이 땅에서 대리하여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하나님 또는 하나님의 뜻으로부터 떠날 수 없고, 또 떠나서도 안 됩니다. 이는 국가가 하나님의 뜻, 즉 일반은총에 근거한 공평, 정의, 진리, 평화, 법치 등을 통치에 있어서 반드시 추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국가의 공공적 기능을 생각한다면 하나님께서 국가를 세우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국가권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다면, 즉 무정부상태 하에서의 어떤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여 혼란과 무질서가 극에 달할 것입니다. 무능하거나 부패한 국가라도 최소한 무정부상태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로마서 12:17~21에서 바울은 개인이 입은 손해에 대한 사적(私的)인 보복(처벌)을 금하고 그 심판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19),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치는 않지만, 다음 장인 13장의 내용으로 봐서는 범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법적처벌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경은 사적인 보복은 엄격히 금하지만,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공적인 처벌은 분명히 허용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명시함으로써 공공영역에서의 형벌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21:23~25). 이러한 맥락에서 사도 바울은 권세에 대한 위법행위는 "하나님의 칼", 즉 국가의 심판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13:2). 이는 국가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공공영역에 있어서 권선징악적인 심판이라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13:4).

 

성도의 자세를 생각해보면 국가권력에 대해 그리스도인이 어떤 자세를 취하여야 하느냐에 대해서 로마서 13:1~7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본문을 가지고 국가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의 이 권면은 당시 초대교회가 직면한 상황을 고려하여 해석되어야 합니다. 당시 기독교는 로마의 당국자들에 의해 아직은 유대교의 한 분파 정도로만 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기독교가 반()로마적 태도를 취한다면 유대의 열광주의자들과 혼동되어 복음전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거니와 곧 겨우 싹이 터서 자라나기 시작한 초대교회의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서 13장의 이 말씀은 로마 당국자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때 국가도 교회와 같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기관이고 그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국가의 법에 복종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보편적인 상황에서는 국가의 법에 복종하는 것이 곧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늘나라의 시민이요, 동시에 국가의 국민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복종과 선지자적 비판에서 생각하면 그러나 때로는 국가의 법이 하나님의 말씀과 배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국가권력이 나서서 불의와 불법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국가가 본연의 사명을 벗어나 권세를 잘못 사용할 때, 즉 하나님께서 정하신 원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권위를 행사하려고 할 때 그리스도인은 오히려 이에 불복종할 수 있으며, 교회는 선지자적 비판(prophetic criticism)을 통해 국가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경우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양심, 즉 말씀과 성령에 감화된 양심을 통해 국가의 법이 상위법인 하나님의 법과 상치되는지 아닌지 먼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비판은 비폭력적, 평화적 방법에 의거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교회 자체도 이러한 선지자적 비판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교회도 교회 스스로에 의해 비판되고 정화되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 있어서 복음은 지극히 정치적입니다.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써 그는 지상의 모든 세속권력을 초월하는 우주의 권세자이십니다. 하나님의 권위는 세속권력보다 위에 있는 권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가의 권위와 권력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세상의 종말에 이르기 전까지 이 땅에서 한시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행사하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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