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CM의 변신과 크로스오버

2017.10.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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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한국 교회문화의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예전에 비해 대중음악적 스타일이 대폭 강화된 CCM(대중음악 형식의 찬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찬양 가수들이 대중음악 쪽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거나 일반 대중가수들이 찬양음반을 출시하는 등 대중음악과 기독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른바 크로스오버(crossover)시도가 빈번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요즘 나오는 찬양음반이나 콘서트 등을 통해 쉽게 확인된다. 음악만을 놓고 보았을 때 가요인지 팝인지 찬양인지 '전혀' 분간이 되지 않는 CCM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반 대중음악 공연과 별 다를 바 없는 분위기의 CCM 콘서트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만은 아니다. 그간 한국 CCM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쳐온 CCM의 종주국인 미국 등지에서 이미 진행돼 온 일이다. 얼마 전 나온 미 CCM계의 거물 중 한 사람인 마이클 W. 스미스의 새 앨범 <Healing Rain>은 이런 미 CCM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5년 만에 선보인 스미스의 이 정규앨범은 이미 빌보드 크리스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CCM 최고의 스타인 스미스의 시들지 않은 인기를 재확인해 줬다.

 음악적 내용을 보자. 80년대 복고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번 앨범은 로큰롤에 뿌리를 둔 전형적 미국 팝으로 세련된치장을 했다. 가사만 떼어 놓고 본다면, 이 앨범은 모자랄 것도 더 할 것도 없이 완벽한 모양을 갖춘 팝/록 앨범이다. 여기에 70년대 사이먼과 가펑클의 히트작인 팝송 <Bridge Over Troubled Water>까지 리메이크해 실어 대중음악과의 친밀감을 더했다.

 1991년 CCM의 여왕 에이미 그랜트 <Amy Grant>가 발표한 크로스오버 앨범 <Heart In Motion>을 연상케 한다. 당시 그랜트는 CCM에 댄스 리듬과 록 비트 나아가서는 관능적 섹시 이미지까지 도입하는 '대담한' 시도로 CCM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팝시장을 정복했다. 앨범 중 다섯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20위권에 진입했으며 <Babe Babe>와 <Every Heartbeat>는 No.1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랜트는 잠시 논란에 휩싸였지만 곧 CCM 가수의 크로스오버 시도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 


 데스메틀 CCM도 등장
 현대 대중음악을 기독교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지난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작되어 계속되어온 일로 그 시도 자체를 비판하기는 힘들다. 시대와 사회, 문화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 언어로 찬양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찬양 속에 모든 대중음악 형식을 무제한 무차별적으로 들여다 써도 된다는 식의 극단적 논리는 곤란하다.

 지금과 같이 대중음악과 찬양의 음악적 경계가 붕괴되고, 급속한 크로스오버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문제의 큰 부분은 CCM의 개념 정의에서 비롯되고 있다. CCM의 정의에 따르면 CCM은 하나의 음악적 장르가 아니다. 한국의 CCM을 주도해온 이 분야의 대표적인 분의 정의에 의하면 'CCM은 기독교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대중음악' 이다.

 '굉장히'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다. CCM은 전통적 기독음악의 틀 안에서 어느 정도 온건하고 제한된 대중적 음악양식만을 채택하였던 복음성가에 반해 팝, 록, 댄스는 물론 헤비 메틀, 뉴 에이지 등에 이르는 대중음악의 장르를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근래에는 죽음을 노래하는 악마적 메틀 음악인 '데스록(death rock) CCM'도 등장했다!

 CCM의 득세는 사실상 음악 형식에 관한한 교회음악과 세속음악의 구분이 철폐되었음을 의미하는 하나의 혁명적 사건이다. "음악과 표현양식은 오늘의 것으로, 메시지는 영원한 것으로"라는 CCM의 멋진 슬로건은 크리스찬 록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리 노먼의 "왜 마귀가 좋은 음악을 다 차지해야 하나?" 또는 "본질적으로 선한 음악과 악한 음악은 없으며, 음악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다"라는 CCM의 선구자인 찬양가수 키스 그린의 유명한 발언 등에 기초해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 있지 않다.

 CCM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모든 음악은 중립적이므로 기독교적 메시지를 붙여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과연 진리에 가까이 있는가? 이 시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음악은 여러 장르가 있으나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술집에서 트는 음악과 교회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달라야 한다.


 메시지 전달에 적합한 양식으로 선별, 제한되어야 한다
 교회가 세속음악의 양식을 들여다 쓸데에는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CCM의 세속 오락적 속성에 부담을 가지면서도 이 문화를 인정하고 있는 주된 근거가 신세대 교인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 음악이 복음을 담은 '메시지 중심의 음악'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CCM의 음악스타일은 복음의 내용(가사)이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양식으로 선별·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사보다는 악기 연주나 리듬이 강조되고 오락성이 지나친 음악, 기성제도와 권위에 대한 반항성 등을 이념으로 삼고 있는 록, 힙합과 같이 비기독교적 성향에 많이 쓰여져온 강한 음악을 단순논리를 들이대며 무조건 가져다 쓰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 세계 교회는 사상 유례없이 음악에 대하여 최고로 충만해져 있다. 특히 한국교회는 말할 것도 없다. 경기 불황 속 서울 낙원동 악기상가가 한국교회 덕분에 유지된다는 말도 빈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찬양문화의 풍요 속에서 한국교회의 찬양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듣기에 좋을 수 있으나, 잘못하면 세상을 향해 '피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복음'을 남발하거나 오히려 거꾸로 교회가 세상에 당할 소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 CCM의 세련됨과 편안함 그리고 연예인을 흥내 낸 CCM가수의 외모나 집회의 들뜬 분위기가 오히려 복음을 왜곡하거나 혼란시킬 수도 있다. 감미롭고 오락적인 CCM에 길들여진 어린 신자들이 기성세대의 찬양을 고리타분한 '엄숙주의'로 비판하는 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교회보다는 기독음반업계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문화인 CCM 주변에는 상업주의로 인한 세속화의 위험이 상존한다.

 여러 가지를 볼 때, CCM 속에 성도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사실은 사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찬양을 솜방망이나 오락거리로 전락시키려는 사단의 궤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경계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 대중문화의 수단을 장악하여 세상에 영향력을 드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인간적인 생각일 수 있다. 오히려 교회의 거룩한 삶의 방식과 초월적 문화를 통해 세상과 대중문화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복음의 영광스런 빛은 세상과 절대적으로 다를 때 나타나고, 그때 교회는 변함없는 매력을 가진다"라는 로이드 존스 목사의 말은 오늘 한국 CCM계가 한번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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